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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플릭스: 범피디의 영화,드라마 리뷰/시리즈(드라마)

[넷플릭스] 의적 얀 더리흐터 시즌 1 | 벨기에 드라마 추천 리뷰 해석 | 시대물 | "의적인가? 테러리스트인가?"

by 범피디 2020.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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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드라마는 "의적 얀 더리흐터 시즌 1" 입니다. 지난 1월 2일에 공개 되었는데요. 2018년 벨기에서 TV 드라마로 처음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벨기에 드라마는 처음이라서 볼까말까 약간 망설였는데, 일단 '의적'이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보기 시작했고, 이틀에 걸쳐서 다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고 같이 얘기해 볼 거리가 많을 것 같네요.

사극, 시대극을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왕좌의 게임 영향인지 요즘 들어 중세 배경 작품들이 땡기더라고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세계사 지식이 좀 있었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몰라도 드라마 감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1747년 플랑드르가 배경인데요. 저도 세계사 지식이 거의 없어서 '아아 산업혁명 직전이구나', 그리고 검색해 보니까 '벨기에네' 정도만 알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Marvel이나 DC 시리즈물도 방대한 세계관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고, 또 전체 세계관을 알고서 각 에피소드를 보면 더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몰라도 되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배경 지식을 아주 짧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드라마의 재미도 더하고, 진짜 세계의 역사 상식도 매우 앝지만, 조금씩 넗혀 보아요.

 

https://youtu.be/49swdgQTuvY


1747년의 플랑드르...우선 플랑드르에 대해서 알아 봅시다.
플랑드르는 지금의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에 걸쳐 있었던 지역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국왕이 아니라 시장이 나오는데, 당시에는 국가보다 도시의 권력이 더 강했다고 하는데요. 시장 본인 입으로 '자기 자신이 법'이라는 대사도 나옵니다.
그리고, 1747년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의미가 있는 숫자입니다. 드라마 막바지에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이 끝났다는 내용이 나온는데, 이 전쟁이 1740년에 시작해서 1748년에 끝납니다. 얀 더리흐터가 참전했던 전쟁도 이 전쟁이었던 겁니다.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은 당시 유럽 대부분의 강대국이 엮여 있었고, 프랑스와 프로이센 동맹, 그리고 오스트리아가 주축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프랑스군이 복귀하면서 주인공 얀 더리흐터를 처리하게 됩니다.

배경 얘기는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아요. 더 하고 싶어도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이제 드라마 얘기합시다.

당시 지배층이 하층민을 수탈하는 시대상을 그리고자 한 드라마로 보이는데요. 하층민의 영웅 얀 더리흐터가 주인공입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살인범이자, 탈영병인 얀이 죄수 호송 중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도주합니다. 동지들의 생계를 위해서 또 더 나은 세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지배층의 재산을 훔치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데요. 결국은 얀이 죽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드라마 중간에 결말을 암시하는 내레이션이 있기도 하고, 결말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냥 결말까지 말씀 드렸습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들...하층민의 삶과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약자가 강자에게 용감하게 대항하는 류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조심해야 할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부분 약자가 정의인 것처럼 미화한다는 점인데요. 승자의 역사라고 하듯이 역사는 이미 강자들에게 유리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약자에 대해서는 후세가 의도적으로 미화하는 노력을 해야 겨우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층민들의 삶에 감정이입하고, 공감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지배층은 악, 피지배층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조심해야 합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장면을 보고 카타르시스나 대리만족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먼저 제목부터 '의적'이라고 딱 박아놓고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요. 반어법이나 질문을 던지는 의도였길 바랍니다. 참고로 벨기에 TV에서 원제목은 그냥 '숲속의 도적"이라고 합니다.

의적이라고 하니, 얀 더리흐터가 한 행동들 중에 어떤 것이 정의로운 행동이었는지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기본적으로 얀 더리흐터 일당은 태생적으로 모순이 있습니다. 행동을 봐서는 세상의 변화를 위한다는 의도조차 의심스럽지만, 일단 의도는 순수하다고 봅시다. 의도만 순수하다면, 이래도 괜찮나하는 관점에서 한 번 볼까 합니다.
얀은 살인, 탈영에 탈주범입니다. 범법자죠. 현 체제에도 순응을 못 하는데, 새로운 체제를 만들겠다고 하는 자체가 상당한 모순입니다. 현 체제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누가 정하는 겁니까? 이미 시의회까지 구성이 된 시대인데, 얀을 필두로 추방자 몇 몇이서 그냥 마음대로 정해 버릴 수 없는 겁니다. 부조리한 점이 있다고 해서 체제를 부정해 버리고 살인까지 일삼는다면, 그냥 테러리스트인 겁니다.
테러는 세상의 변화는 커녕 선량한 사람들만 더 피해를 입기 마련입니다. 드라마 속 역마차 습격 사건만 보더라도 얀 대신 엉뚱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잡혀서 처형을 당하게 되는데요. 민심 수습을 위해서 사건을 빨리 덮으려고 한 지배층이 잘 못 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사건의 시발은 얀이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지배층의 잘 못이 그들의 잘 못을 덮어 줄 수는 없는 거죠.

얀과 같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과대망상에 가까운 선민의식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 '자기만이 착한 정의의 사도이고, 자기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생각이요.
그런데 살인, 강도로 얻은 결과는 어땟나요? 잠시동안 자신을 포함한 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는 게 끝입니다.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사람들 배불리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던 거죠.

그런 얀 일당이 도로 건설을 위해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이유로 과연 시장을 심판하고 살인해도 되는 걸까요? 도로 건설은 시의 발전을 위한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었고, 최소한 살인은 없었는데 말이죠. '거둬들인 세금을 개인 재산으로 유용했을 것이다', '평소 시민들의 인권을 짓밟지 않았느냐'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부패한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시장 하나 처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였고, 해결된다고 해서 살인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겁니다.

바뤼 집행관이 얀에게 한 대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변화는 느리지만, 내부로부터 온다."라는 대사입니다.
체제에 반하는 과격한 행동으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고, 체제에 순응한 이들의 의지와 작은 노력으로 서서히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라는 뜻으로 이해 됩니다.

그리고 얀 일당이 외치는 '자유, 평등' 이라는 구호의 순수성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 있는데요. 얀 일당이 술집 운영권을 얻게 되는데, 하층민 여성들을 고용해서 더 고도화된 상술로 성매매를 시킵니다. 지배층들이 여성들을 성노리개로 삼고 노는 새끼사슴사냥 축제와 다를 바가 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바뤼 집행관이 사랑한 창녀와의 결혼을 앞두고 꿈을 꿉니다. 본인이 새끼사슴사냥에 참가해서 약혼자를 겁탈하는 꿈이죠. 깨어나서 상당히 혼란스러워 합니다. 위정자들을 비난해왔지만, 창녀와의 결혼에 자신의 신분이 작용했을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자신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여자를 이용해서, 앞 뒤 분간 못 하고 돈벌이에 열중하는 얀 일당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바뤼 집행관을 이 드라마의 진짜 메시지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뤼 집행관이 처음에는 개혁 의지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변했다라고 얘기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바뤼는 집행관으로서 소신을 다했다고 봅니다. 시장에게 대놓고 반발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 했지만,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고, 결국 임시 시장직에 오르게 됩니다. 드디어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 거죠. 진짜 결전을 위해 와신상담했던 겁니다. 드라마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솔선수범하며 개혁에 앞장서지 않았을까 합니다.
주인공인 얀을 잡아, 처형에 이르게 했고, 나중에 프랑스군을 이용해서까지 얀을 진짜 죽음에 이르게 한 모습을 보고, 바뤼를 악이라고 규정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플랑드르시 입장에서 프랑스군을 이용해서 얀을 처치한 것은 일거양득이었다고 봅니다. 얀을 잡기 위해 희생된 프랑스군이 무슨 죄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프랑스는 전쟁 때문에 플랑드르시를 불법 점유하고 있어서 눈엣 가시였을 겁니다. 군인 개인으로 본다면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국가 대 국가의 군대로 본다면 소심한 복수와 함께 테러리스트 얀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묘안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을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알고, 소신이 있으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바륄이야 말로 진짜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군인 출신임에도 모든 하층민을 대변하는 척 하던 잘 생긴 얀 더히르터를 보면서 생각나는 분이 한 분 있었는데요. 본인만이 선하고, 본인만이 개혁할 수 있다고 그렇게 외치더니, 알고보니 자기들끼리 쿵짝쿵짝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던 그 분, 아직도 서울대에 자리 차지하고 있는 그 법대 교수님이 생각나는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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