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는 <폴 프롬 그레이스 ( A Fall From Grace, 2020)> 입니다.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랄까요?
반전에 반전이라는 점에서는 스릴러인데, 마지막 20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은 없기 때문에, 그냥 한 여인의 아픔을 다룬 잔잔한 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는 않는데요. 이 느낌조차 반전으로 다가옵니다. 결론적으로 그냥 보세요. 재미있어요.
자, 초간단 줄거리입니다. 스포는 없습니다.
외로운 50대 돌싱녀 '그레이스'와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는 젊은 여성 변호사 '재스민'이 주인공인데요. 재스민은 그레이스의 변론을 맡게 됩니다. 그레이스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살인 용의자인데요. 전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하고, 젋고 매력적인 완벽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는데, 그를 살해했다는 혐의 입니다. 본인도 스스로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에 재판도 필요없이 형량 조율만 하면 되는 사건이었는데요. 그래서 평소 경범죄만 주로 다루었던 신참 국선 변호사가 배정됩니다. 주인공 재스민이죠.
로펌의 보스는 적당히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하지만, 재스민은 그레이스가 우는 모습을 보고 범인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변호사로서 사명감을 장착하고 재판 준비를 시작하는데요.
과연 그레이스의 남편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레이스가 죽인 것 같다가 아닌 것 같다가 다시 정말 그레이스가 그랬나? 싶다가 뚜둥~~.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기대하세요.
힌트를 드리자면 어떤 할머니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요. 유심히 보세요. 이런 말 하는 자체가 스포인가? ㅎㅎ
자 이제 드라마 관점에서 한 번 살펴 봅시다. 아까도 말했듯이 잔잔한 드라마 같은 느낌조차 반전이라고 했는데요. 처음에는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 50대 돌싱녀의 아픔이나, 아들에 대한 사랑과 같은 주제가 녹아 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저만 이렇게 느낀 걸 수도 있는데 재스민과 그의 보스간의 갈등이 상당히 도드라져 보이더라고요.
보스는 직업 윤리, 변호사로서의 자긍심은 조금도 없고 손익 밖에는 안중에 없는 것으로 묘사가 되는데, 막바지에 반전 매력을 뿜뿜합니다.
원래는 괜찮은 직장 상사인데, 자존감이 낮았던 재스민의 눈에 그렇게 보였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재판 과정에서 재스민이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자 완전 멋있는 말로 따끔하게 충고를 합니다.
"높은 연봉 때문에 대형 로펌으로 옮기거나, 돈 보고 개업하는 후배들을 보면서는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는데, 오늘 니가 재판하는 모습을 보고는 변호사로서 모욕감을 느꼈다. 넌 의뢰인을 위한 결정적인 순간을 그냥 날려버렸어."
대사가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고, 대충 저랬습니다. 재판 중 돌발상황이 발생 했는데, 뭐라도 변론을 했어야 할 재스민이 그냥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재판이 끝나버린 거죠. 그 돌발상황이란 것도 준비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검사는 물론이고,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줄 알았던 보스도 알고 있는 내용인데, 재판을 맡은 담당 변호사인 재스민만 모르고 있었던 거죠.
보스가 했던 충고를 곱씹어 보자면, "돈이 목적인 변호사보다 변호사 구실도 못 하는 변호사가 더 나쁘다."라는 뜻일 것 같은데요. 더 쉽게 얘기하면 기본에 충실해라가 되겠네요. 기본 실력이 없으면, 소신, 명분 이 딴 거 다 소용 없다는 거죠.
보스의 충고가 통했는지, 재스민은 각성하고 결국엔 무죄판결을 이끌어 내고, 보스의 미소와 엄지척도 받아 냅니다.
이 분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좋은 보스의 장점을 많이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선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재판해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애초에 내린 결단력을 꼽고 싶습니다. 우연에 가깝게 무죄가 밝혀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상황하에서는 정확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좋은 보스라고 해서 늘 옳은 결정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해고까지 언급하면서 강하게 몰아 붙이지만, 정작 재판 준비 과정에서는 쓸데없이 간섭하지 않고 끝까지 믿고 맡겨 둡니다. 좀 친절히 처음부터 포인트를 좀 짚어 줬을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더 큰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대해서는 쓰디쓴 충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긴 잔소리가 아니라 핵심만 간단명확하게...
끝으로 성공한 결과에 대한 칭찬도 역시 잊지 않죠.
이렇게 좋은 보스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암적 존재는 어디에든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래도 저는 그동안 좋은 보스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근데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는데, 끝으로 이 두 암덩어들을 포함한 조직의 모든 암적 존재들에게 한 마디 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아우 색휘야...그러니까 아직 니가 그 모양 그 꼴인거야...
"본인이 암인지 모르는게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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